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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은 구덩이가 아니다. 혼돈은 사다리다

토순이 | 06.02 | 조회 31 | 좋아요 0


혼돈은 구덩이가 아니다.

혼돈은 사다리다.

오직 사다리만이 진짜다. 오르는 것, 그것이 전부다.


Chaos isn't a pit. Chaos is a ladder.

Many who try to climb it fail and never get to try again.

Only the ladder is real. The climb is all there is.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시즌 3 제6화 「The Climb」, 2013)」 — 제작·각본 데이비드 베니오프·D.B. 와이스, 연출 알릭 사하로프. 아이단 길런(Aidan Gillen)이 분한 페티르 '리틀핑거' 베일리쉬가, 콘레스 힐(Conleth Hill)이 분한 거미 바리스를 향해 던지는 대사다. 원작 소설(조지 R.R. 마틴)에는 없는, 드라마가 새로 써낸 대사로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대사로 꼽힌다.


「상황」 권력의 그림자에서 평생을 살아온 책략가 리틀핑거가, 자신과 똑같이 음지에서 정보를 다루는 바리스와 마주한 자리에서 내뱉는 말이다. 바리스는 혼란이 결국 왕국 전체를 집어삼킬 '구덩이'라며 경계하지만, 리틀핑거는 그 혼란이야말로 미천한 출신인 자신이 위로 기어오를 유일한 '사다리'라고 응수한다.


「의미」 표면적으로는 야망가의 차가운 처세훈이지만, 그 안에는 무너지는 질서를 두려워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틈을 발판 삼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 담겨 있다. 다만 작품은 이 논리의 끝을 분명히 보여준다. 사다리만 진짜라 믿고 사랑도 신의도 환상이라 비웃던 그는 결국 그 사다리에서 추락한다. 혼돈을 기회로 읽는 시선은 날카롭되, 사람과 신뢰까지 환상으로 치부한 자에게 남는 것은 없다는 서늘한 경고이기도 하다.


「왕좌의 게임」은 조지 R.R. 마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HBO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한 판타지 대하 드라마로, 일곱 왕국의 권좌를 둘러싼 가문들의 음모와 전쟁을 그린다. 이 대사가 나오는 시즌 3 제6화 「The Climb」는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가 쓰고 알릭 사하로프가 연출해 2013년 5월 5일 처음 방영되었다. 장면은 왕도의 옥좌의 방, 텅 빈 철왕좌를 배경으로 두 모사가가 마주 서며 시작된다. 바리스가 먼저 혼돈은 모두를 삼킬 구덩이라고 경고하자, 아이단 길런이 연기하는 리틀핑거는 한 치의 동요 없이 차분하고 매혹적인 어조로 "혼돈은 구덩이가 아니다, 혼돈은 사다리다"라고 받아친다. 권력에 오르려다 떨어져 부서지는 자들, 신과 사랑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는 자들을 열거하며 오직 오르는 것만이 진짜라고 말하는 그의 독백은, 야심가의 본심을 압축한 시리즈의 상징적 순간으로 남았다. 이 대사는 후일 시즌 7 제4화 「The Spoils of War」에서 브랜 스타크가 리틀핑거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며 다시 한번 강렬하게 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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