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있었던 일은 잊을 수 없는 법.
다만, 기억나지 않을 뿐이니까.
Once you've met someone you never really forget them.
It just takes a while for your memories to return.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2001)」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각본,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 마녀 제니바(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나츠키 마리 분)가 자신의 오두막을 찾아온 소녀 치히로(히이라기 루미 분)에게 건네는 대사다.
「상황」 부모를 구하고 하쿠를 살리려 분투하던 치히로는 제니바의 도장을 돌려주기 위해 전차를 타고 늪지대 끝 제니바의 작은 오두막에 도착한다. 따뜻하게 맞아준 제니바에게 치히로는 하쿠를 아주 오래전 어딘가에서 만난 것 같다고 어렴풋이 털어놓는다. 그러자 제니바는 한 번 맺은 인연과 한 번 겪은 일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단지 지금 떠오르지 않을 뿐이라고 다독인다.
「의미」 기억은 잊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라는 위로다. 소중했던 만남과 경험은 의식에서 멀어져도 우리 안에 그대로 남아, 필요한 순간 다시 떠오른다. 치히로가 이 말 덕분에 하쿠가 자신이 어린 시절 빠졌던 강의 신 '코하쿠가와'였음을 끝내 기억해내듯, 진심으로 닿았던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따뜻한 진실을 일러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각본을 맡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해 2001년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으로(국내 2002년 개봉), 신들의 온천장에 갇힌 소녀 치히로의 성장담이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영화 후반, 치히로가 하쿠가 훔친 도장을 돌려주기 위해 돌아오지 않는 전차를 타고 제니바의 오두막을 찾아가는 대목이다. 유바바와 똑같이 생겼지만 인자한 제니바는 치히로를 따뜻하게 맞아 차를 내어주고, 함께 머리끈을 짜는 조용한 시간 속에서 치히로가 하쿠와의 오래된 인연을 어렴풋이 떠올리려 애쓸 때 이 말을 건넨다. 격앙된 액션이 아니라 난롯불 곁의 차분한 대화 장면에서, 제니바의 부드러운 목소리(나츠키 마리 분)로 전해지는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주제인 '기억과 이름, 그리고 인연'을 응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