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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김소월

구름이 | 02:01 | 조회 3 | 좋아요 0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里)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十) 자로 가르며 잡 나는가요.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당신과 같이 길 잃은 사람.




시인 — 김소월 (金素月, 1902~1934)

김소월(본명 김정식)은 평안북도 구성 출신의 시인으로, 한국 근대 서정시의 정수를 이룬 인물이다. 스승 김억의 영향 아래 전통 민요의 율격과 정서를 현대시 형식으로 녹여 내며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였다.

1922년 「진달래꽃」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을 펴냈다. 이별·한(恨)·고향 상실의 정서를 민중의 언어로 노래하여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사랑받는 한국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시 소개

「길」은 1925년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작품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시선을 통해 고향 상실과 유랑의 비애를 담담하게 그려 낸다. '정주 곽산'이라는 구체적 지명을 통해 시인 자신의 실향 감각을 투영하면서도, 하늘을 가르는 기러기의 이미지로 보편적인 방랑의 슬픔을 승화시킨다.

민요적 호흡과 대화체 어조가 어우러져 구어(口語)에 가까운 리듬을 형성하며, '길 잃은 사람'이라는 마지막 행은 존재 자체의 고독을 간결하게 집약한다. 소월 특유의 반복과 변주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근대 서정시의 유랑 모티프를 대표하는 시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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