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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 한용운

토순이 | 02:16 | 조회 4 | 좋아요 0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흘러도
연달아 흐릅니다려.




시인 — 한용운 (韓龍雲, 1879~1944)

한용운은 충남 홍성 출신의 승려·독립운동가·시인으로, 불교 개혁과 항일 민족운동에 헌신한 삶을 살았다. 1919년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으며, 옥고를 치르면서도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발간하여 한국 근대시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 불교의 공(空) 사상과 민족적 열망을 '님'이라는 상징으로 녹여낸 그의 시는, 이별과 기다림의 미학을 독보적인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소개

「가는 길」은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된 작품으로, 이별의 순간을 말과 침묵 사이의 망설임으로 포착한 시다. '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그리워'라는 첫 연은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순간 이미 그리움이 넘쳐흐른다는 역설을 짧은 호흡으로 압축한다. 까마귀 울음과 해 지는 서산, 흘러가는 강물이라는 자연의 움직임은 떠나가는 시간과 맞물려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이 시는 3음보 중심의 전통적 율조를 유지하면서도 행을 짧게 끊어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하는 기법이 돋보인다. 한용운 특유의 '기다림의 시학'이 응축된 대표작 중 하나로, 시집 안에서 이별과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가장 서정적으로 변주한 작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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