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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한용운

다람쥐 | 03:34 | 조회 3 | 좋아요 0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물 속에 나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그윽한 기쁨을 조용히 잊고 있었노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시인 — 한용운 (韓龍雲, 1879~1944)

한용운은 충청남도 홍성 출신의 시인·승려·독립운동가로, 법명은 만해(萬海)다.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불교 개혁과 민족 자주에 평생을 바쳤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발표하며 한국 근대시에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불교의 공(空) 사상과 민족적 열망을 '님'이라는 상징으로 녹여내어, 이별과 기다림을 역설적 사랑의 언어로 형상화했다.


시 소개

「행복」은 시집 『님의 침묵』(1926)에 수록된 작품으로, 사랑의 능동성과 수동성을 간결하게 대비한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 사이에서 시인은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하며, 그 선택 안에서 고요하고 충만한 행복을 발견한다. 우물과 그림자라는 선(禪)적 이미지는 자아를 비워 상대를 담는 불교적 사유와 맞닿아 있으며, 첫 연과 마지막 연의 반복 구조가 시 전체에 명상적 울림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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