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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시제1호 — 이상

다람쥐 | 06:01 | 조회 3 | 좋아요 0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시인 — 이상 (李箱, 1910~1937)

이상(李箱)은 본명 김해경(金海卿)으로,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조선총독부 건축기수로 일하면서 문학 활동을 병행하였으며, 폐결핵과 가난, 식민지 현실의 억압 속에서 짧고 강렬한 문학적 생애를 살았다.

그는 한국 문학사에서 전위(아방가르드)와 초현실주의를 가장 급진적으로 실험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시·소설·수필을 넘나들며 언어와 논리의 해체를 시도하였고, 1937년 도쿄에서 27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시 소개

「오감도 시제1호」는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연작시 「오감도(烏瞰圖)」의 첫 번째 작품이다. 제목의 '오감도'는 '조감도(鳥瞰圖)'의 '조(鳥)'를 '오(烏·까마귀)'로 비틀어 왜곡된 시선, 불길한 전망을 암시한다. 발표 당시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연재가 중단될 만큼 파격적이었다.

띄어쓰기를 무시한 연속된 활자, 숫자로 호명되는 익명의 아해(아이)들, 막다른 골목을 질주하는 반복 구조는 탈출 불가능한 공포와 식민지 근대의 질식감을 형식 자체로 구현한다. 한국 모더니즘 시의 가장 강렬한 기념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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