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물결도 바람도 없이 고요히
가을 하늘 한구석에
호을로 뜬 조각달같이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아름다운 사람아 나를 보아라
내 몸은 비록 이다지 더러워도
내 마음 하나만은 너를 닮았다
시인 — 김영랑 (金永郞, 1903~1950)
김영랑은 전남 강진 출신의 시인으로, 본명은 김윤식(金允植)이다. 1930년 박용철·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근대 순수 서정시의 정수를 일구었다.
그는 시어의 음악성과 정밀한 언어 감각을 가장 중시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에도 민족 정서와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려 한 그의 시 세계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시 소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는 김영랑이 『시문학』 창간호(1930)에 발표한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순결한 누이의 마음을 조각달에 빗대어 자신의 더럽혀진 현실과 대비시킨 작품이다. 두 연 모두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라는 동일한 첫 행으로 시작하는 반복 구조가 간절한 호소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맑고 고요한 달빛 이미지와 자기 비하의 고백이 맞닿으며, 순수한 것을 향한 그리움과 내면의 정결함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음악적 율조와 깨끗한 우리말 어휘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영랑 시풍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