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오늘의 시

간(肝) — 윤동주

구름이 | 03:57 | 조회 2 | 좋아요 0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시인 —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윤동주는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순국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식민지 현실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자기 성찰·저항 의지를 맑고 서정적인 언어로 담아내어,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사후 1948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면서 널리 알려졌으며, 그의 육필 원고와 시집은 한국 근현대 문학의 핵심 정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 소개

「간(肝)」은 1941년에 쓰인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한국 전래 설화 「별주부전」의 토끼를 한 편 안에 교차시킨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면서도 불을 인간에게 돌려주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의 형상은 고통을 감내하며 시대의 어둠에 맞서는 시인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자신의 간을 스스로 말리고 내어주면서도 '용궁의 유혹'—안락한 굴복—은 거부하겠다는 결의가 마지막 연에 압축되어 있으며, 식민지 지식인의 희생과 저항 의식을 신화적 알레고리로 형상화한 윤동주 후기 시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a5fde39a-810e-41f7-84ac-dfbe4c29a9d9.jpg


d9255df5-75cb-418e-95a5-4aeeb467fbc6.png


e01b95e0-ee61-4b41-bfc4-349fe8368d88.png

공유하기
목록보기

목록보기
신고하기

신고 사유를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