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만 보면 오늘도 꽤 괜찮은데, 체감은 그만큼 안 따라오는 날입니다.
이런 장이 제일 애매합니다.
화면 숫자는 빨간색이 아닌데 계좌는 시원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괜히 종목을 더 만지게 되거든요.
저는 이런 구간에서 오히려 매매 횟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시장이 좋아 보일수록 손이 가벼워지기 쉬운데, 그때 회전이 늘어나면 수익률이 생각보다 쉽게 깎입니다.
오전 흐름을 보면 외국인 수급이 버텨주는 게 제일 중요해 보입니다.
개인이 저가매수로 받쳐주던 급락장하고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예전엔 개인이 던지는 물량을 받아내는 모양새가 자주 나왔는데, 지금은 그보다는 외국인이 어느 정도 연속성을 보여줘야 지수 레벨이 유지되는 장처럼 보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반등 첫날은 재료로 올라도, 다음 날부터 수급이 따라붙지 않으면 금방 모래성처럼 무너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장에서 지수보다 체감 지수를 더 봅니다.
코스피 숫자가 올라가도 내 계좌가 안 좋으면 그게 내 투자 현실입니다.
단순히 기분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시장이 특정 대형주나 소수 섹터에만 돈을 몰아주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쏠림이 심할수록 대부분 종목은 뒤처집니다.
그럴 때 억지로 따라가면 매수 타이밍도 늦고, 손절도 늦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큰 악재가 잠깐 누그러진 뒤에는, 재료 소화가 빨라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좋은 뉴스가 나와도 이미 선반영된 종목은 하루 이틀 반짝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때는 재료 자체보다 이익 추정치가 바뀌는지, 마진 훼손이 생기는지 먼저 봅니다.
말은 거창해도 결국 숫자가 안 바뀌면 주가는 오래 못 갑니다.
반대로 실적 추정치가 살아 있고 업황이 버티면, 재료가 덜 화려해도 주가는 천천히 따라옵니다.
건설 같은 낙폭 과대 섹터가 눈에 들어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수가 올라갈 때 이런 쪽이 같이 살아나면 단순한 이벤트 반응인지, 아니면 돈이 넓게 도는 건지 힌트가 됩니다.
반면 지수만 들고 특정 대형주만 가는 날이면 저는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봅니다.
겉으론 강해 보여도 안쪽은 좁을 수 있어서요.
시장이 건강할 때랑, 숫자만 좋은 때는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에서 조급함이 제일 위험하다고 느낍니다.
반등이 보이면 지금 안 타면 놓치는 것 같고, 빠지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고, 그 사이에서 판단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경험상 조급해서 늘린 매매가 가장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방향을 맞추는 것보다도, 안 해도 되는 매매를 덜 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더군요.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이유도 결국 그겁니다.
시장이 좋을 때도, 내가 편한 속도로 대응하는 게 제일 덜 망합니다.
당분간은 오전 수급이 꺾이지 않는지, 그리고 반등이 몇몇 종목에서 끝나지 않고 넓게 번지는지를 볼 생각입니다.
겉으로 강한 장보다, 안쪽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 장인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오늘 같은 장은 급하게 결론 내릴수록 오히려 비싸게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