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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1 — 정지용

햇살이 | 05.26 | 조회 5 | 좋아요 0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닥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시인 — 정지용 (鄭芝溶, 1902~1950)

정지용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1920~30년대 한국 모더니즘 시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휘문고보를 거쳐 일본 도시샤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귀국 후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김영랑·박용철과 함께 순수시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시는 감각적이고 정밀한 언어로 사물과 정서를 포착하는 데 탁월하며, 1935년 출간된 첫 시집 『정지용 시집』은 한국 근대시의 이정표로 손꼽힌다. 분단 이후 월북 문인으로 분류되어 한동안 작품이 금지되었다가 1988년 해금되었다.


시 소개

「유리창 1」은 1930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작품으로, 요절한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유리창이라는 감각적 매개를 통해 표현한 시다. 유리에 맺히는 입김과 지워지는 흔적, 밤하늘의 별빛이 교차하며, 죽음으로 단절된 존재와의 거리감이 섬세하게 형상화된다.

감정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시각·촉각적 이미지로 절제하는 정지용 특유의 기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한국 현대시에서 이미지즘의 성취를 보여 주는 대표적 예로 문학사에서 높이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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