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붙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시인 — 김영랑 (金永郞, 1903~1950)
김영랑은 전남 강진 출신의 시인으로, 본명은 김윤식(金允植)이다. 1930년 박용철·정지용 등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하며 순수 서정시의 정수를 추구하였다. 섬세한 음악성과 전라도 방언의 토속적 울림을 시 언어로 승화시켜, 한국 근대 서정시의 한 봉우리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제강점기 말 창씨개명과 친일을 거부하며 절필했고, 광복 후 다시 작품 활동을 재개하였으나 한국전쟁 중 유탄에 맞아 1950년에 세상을 떠났다.
시 소개
「오매 단풍 들것네」는 1931년 『시문학』 3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전라도 사투리 '오매'(어머나)를 반복 후렴처럼 배치하여 음악적 생동감을 극대화한 시다. 가을 단풍이 드는 순간을 놀란 누이의 탄성으로 포착하면서, 추석을 앞둔 설레는 시골 정경을 생생하게 살려 냈다.
방언과 구어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이 시는 '시의 음악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김영랑 시학의 핵심을 잘 보여 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