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프구나.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딘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이다.
슬머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프구나.
시인 —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순국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맑은 서정과 깊은 자기성찰을 잃지 않아, 한국 근현대시사에서 가장 순결한 목소리로 평가받는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는 사후 출간되었으나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집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그의 시편들은 교과서와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시 소개
「아우의 印象畵」는 1938년 작으로, 윤동주가 연희전문 재학 시절 쓴 초기 시다. 달빛 아래 아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누는 짧은 대화 —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라는 물음에 '사람이 되지'라는 대답 — 에 식민지 현실 속 인간 존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수사적 장치를 거의 쓰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 형제의 모습에서, 윤동주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무게 있는 서정이 잘 드러난다.
시의 처음과 끝을 같은 이미지('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 아우의 얼굴은 슬프구나')로 감싸는 수미상관 구조는 슬픔이 해소되지 않은 채 맴도는 시대의 무게를 조용히 증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