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정정(伐木丁丁) 이리 산이 깊어
벌목하는 소리 쩌렁 산이 울다.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다.
다람쥐도 좋아라 산다람쥐도.
큰 것은 제 무게로 스러지나니
눈과 밤이 조찰히 흘러서 간다.
나는 나를 기르는 무사(無事)한 산이
좋을 뿐이다 새벽 서리 맞은 아침에.
시인 — 정지용 (鄭芝溶, 1902~1950)
정지용은 충청북도 옥천 출신으로, 휘문고보와 일본 도시샤대학을 거치며 시작 활동을 시작했다. 1930년대 『시문학』 동인으로 활약하며 한국 현대시에 이미지즘과 감각적 언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시는 섬세한 감각과 절제된 언어로 자연과 고향, 내면의 고요를 탁월하게 형상화했다. 해방 이후 월북 혹은 납북된 것으로 전해지며, 오랜 금기 끝에 1988년 해금되어 문학사적 복권이 이루어졌다.
시 소개
「장수산 1」은 1939년 발표된 시로, 정지용의 후기 시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장수산의 깊은 산중 풍경을 한자어와 고유어를 교직하는 특유의 언어 감각으로 그려 내며, 벌목 소리와 눈·밤이 흘러가는 고요한 시간을 통해 '무사(無事)'의 경지를 노래한다.
세속의 소란을 벗어난 산의 무심한 자족성, 그 속에 스스로를 기르는 화자의 태도는 동양적 자연관과 선(禪)적 감수성을 현대 시어로 빚어낸 성취로 꼽힌다. 짧은 행과 간결한 문장 속에 산의 묵직한 존재감이 응축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