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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다람쥐 | 05.26 | 조회 7 | 좋아요 0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인 — 김영랑 (金永郞, 1903~1950)

김영랑은 전남 강진 출신의 시인으로, 본명은 김윤식(金允植)이다. 1930년 박용철·정지용 등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하며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순수 서정시의 정점을 이룬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시는 섬세한 음악성과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다듬은 언어 감각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억압 속에서도 내면의 서정을 끝까지 지켜 낸 시인으로, 한국 현대시사에서 '순수 시의 거장'으로 불린다.


시 소개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1934년 『문학』지에 발표된 작품으로, 김영랑의 대표 시이자 한국 근현대시의 정전(正典) 중 하나로 꼽힌다. 모란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기다림과 상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으로 돌아오는 정서적 순환을 노래한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이 시의 핵심으로, 아름다움과 상실이 분리될 수 없음을 압축한다. 4연 구성으로 기다림→상실→슬픔→다시 기다림의 순환 구조를 이루며, 우리말 어미와 리듬을 절묘하게 살려 낸 음악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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