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시인 — 한용운 (韓龍雲, 1879~1944)
한용운은 충청남도 홍성 출신의 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로, 법호는 만해(萬海)다. 3·1운동의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서명하고 옥고를 치렀으며, 일제 강점기 내내 타협을 거부하고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에서 조선총독부를 등진 채 살았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펴내 한국 근대 시문학의 정전을 세웠다. 불교의 공(空) 사상과 민족의 저항 의지를 '님'이라는 상징 하나로 녹여 낸 그의 시는 종교·사랑·민족을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시 소개
「복종」은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된 작품으로, 역설의 구조를 통해 자유와 복종의 의미를 전복한다. 표면적으로는 '당신'에 대한 절대적 귀의를 노래하지만, 마지막 연에서 '다른 사람에게의 복종은 거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복종이 곧 가장 주체적인 자유임을 드러낸다. '님'을 조국·진리·불법(佛法) 등 다층적 대상으로 읽을 수 있어,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저항 의식과 구도자적 헌신이 함께 담겨 있다는 평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