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시인 — 정지용 (鄭芝溶, 1902~1950)
정지용은 충북 옥천 출신의 시인으로, 1920~30년대 한국 현대시의 언어적 감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휘문고보와 일본 도시샤대학에서 수학하며 이미지즘과 모더니즘을 흡수하였고, 귀국 후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박용철·김영랑과 함께 순수시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시는 감각적 정밀함과 절제된 언어로 유명하다. 고향과 자연에 대한 서정, 도시적 고독, 종교적 사유를 섬세한 이미지로 담아냈으며, 윤동주·박목월 등 후배 시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시 소개
「호수」는 1930년 발표된 단 여섯 행의 짧은 시로, 정지용 특유의 감각적 절제가 극적으로 빛나는 작품이다. '얼굴 하나'를 두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지만, 그리움은 호수만큼 크다는 대비 구조는 사랑하는 대상의 작음과 그리움의 광대함을 단번에 포착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아끼면서도 정서의 밀도를 높이는 정지용 시학의 정수로, 교과서에 꾸준히 실리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단시(短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