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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족속 — 윤동주

멍뭉이 | 05.26 | 조회 5 | 좋아요 0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츤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띄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시인 —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 출신의 시인으로,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여덟의 나이에 옥사하였다. 그의 시는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자아의 부끄러움과 양심을 치열하게 탐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는 사후에 출간되었으나, 한국 현대시의 정전으로 자리 잡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가장 널리 사랑받는 시집 중 하나로 꼽힌다.


시 소개

「슬픈 족속」은 흰색 옷을 즐겨 입던 한민족의 모습을 소박하고 절제된 언어로 그려낸 단시(短詩)다. 흰 수건, 흰 고무신, 흰 저고리, 흰 띠 — 네 가지 흰 사물이 차례로 등장하며 식민지 시대 민중의 고단한 삶과 슬픔을 담아낸다. 과잉된 감정 표현 없이 시각적 이미지만으로 '슬픈 족속'의 정서를 전달하는 윤동주 특유의 절제미가 잘 드러난다.

두 연 네 행의 짧은 구조 속에서 흰색은 순결·애도·민족 정체성을 동시에 상징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시대의 비애를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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