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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윤동주

구름이 | 05.26 | 조회 3 | 좋아요 0



잃어 버렸읍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손이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어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츰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츰으로 통했습니다.




시인 —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윤동주는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순국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에서 자아 성찰과 부끄러움, 그리고 순결한 저항 의지를 섬세한 언어로 빚어냈다.

사후 1948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면서 비로소 독자와 만난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편으로 꼽힌다.


시 소개

「길」은 1941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윤동주 후기 시의 핵심 주제인 '잃어버린 자아'와 '귀환의 불가능성'을 담담하게 노래한 작품이다. 돌담과 쇠문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 식민지 현실의 단절과 억압을 암시하면서도, 마지막 두 행에서 '잃은 것을 찾는' 행위 자체를 삶의 근거로 내세우는 역설적 긍정이 돋보인다.

단순하고 평이한 어휘 속에 깊은 실존적 물음을 숨겨 놓는 이 시는, 자아 탐색이라는 주제를 「자화상」과 함께 이루는 짝 작품으로 자주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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