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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 김소월

토순이 | 05.26 | 조회 5 | 좋아요 0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슬피 울어라.
설움에 겹도록 슬피 울어라.
저를 사랑하는 사람 보내고
나는 이제 홀로 섰노라.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차마 아니 듣겠노라.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인 — 김소월 (金素月, 1902~1934)

김소월은 평안북도 구성 출신의 시인으로, 본명은 김정식(金廷湜)이다. 배재고등보통학교 재학 시절 스승 김억의 영향 아래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을 펴내 한국 근대시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그의 시는 민요적 율조와 전통적 정서를 바탕으로 이별·그리움·한(恨)의 감정을 섬세하게 형상화하였다. 구어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언어와 3음보·7·5조의 리듬이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꼽힌다.


시 소개

「초혼(招魂)」은 죽은 이의 혼을 불러들인다는 전통 의식 '고복(皐復)'에서 제목을 빌려온 시로, 1925년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화자가 그 이름을 허공에 되풀이하여 부르는 구조는, 부를수록 더욱 메아리 없이 돌아오는 부재(不在)의 깊이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반복과 변주를 통해 고조되는 슬픔, 붉은 해와 우는 사슴 같은 자연 이미지의 배치, 그리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는 극적인 선언은 한국 근대 서정시가 도달한 애도의 절정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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