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敎會堂 꼭대기
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을가요.
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든 사나이.
幸福한 예수 • 그리스도에게
처럼
十字架가 許諾된다면
시인 —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여덟의 나이로 옥사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일제 강점기의 암흑 속에서도 순결한 양심과 자기 성찰, 그리고 저항의 의지를 섬세한 서정으로 담아냈다.
사후에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가 출간되어 널리 읽히기 시작했으며, 오늘날 한국 근현대시의 가장 사랑받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한다.
시 소개
「십자가」는 1941년에 쓰인 작품으로, 연희전문학교 졸업 직전 완성한 시집 원고에 포함된 대표작이다. 교회당 꼭대기의 십자가에 걸린 햇빛이라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로 시작해, '괴로웠던 사나이'로서의 자기 인식과 예수의 수난을 겹쳐 놓으며 희생과 속죄의 의지를 고백한다.
암울한 시대에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조용히 흘리겠다'는 결말은 폭력적 저항이 아닌 순교적 헌신의 미학을 보여 주며, 윤동주 시 세계의 핵심인 부끄러움·자기 희생·구원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