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시인 — 김소월 (金素月, 1902~1934)
본명 김정식. 평북 정주 출생. 오산학교에서 김억(안서)에게 사사하며 시를 익혔고, 20대 초반에 발표한 짧고 응축된 서정시들로 한국 근대시의 한 봉우리를 이룬 시인이다.
민요의 율격을 현대 자유시 안으로 들여와 토속적 정서와 한(恨)의 미학을 정련된 형태로 빚어냈으며, 시집 「진달래꽃」(1925)은 한국 최초의 근대 서정 시집으로 평가된다. 32세에 요절했다.
시 소개
1922년 「개벽」에 처음 발표되었고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별의 슬픔을 정면으로 토로하는 대신,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어법으로 오히려 더 깊은 정한(情恨)을 만들어 낸다.
3·3·5조에 가까운 민요 율격을 자유시 안으로 끌어들이고, 영변 약산이라는 구체적 장소와 진달래라는 향토적 사물을 매개로 추상적 감정을 형상화한 점이 이 시의 미학적 성취다. 한국 근대 서정시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으며, 오늘까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중 한 편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