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 분위기를 보면 상승 확신이 꽤 단단하게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공급 부족 이야기, 전세난 이야기, 신축 희소성 이야기.
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논리들이 한 방향으로만 쌓이고 있다는 게 조금 걸립니다.
2021년 초에도 그랬거든요.
당시에도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말이 실제로 맞았고,
실제로 오르긴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죠.
---
위험가중치 인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올해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이 15%에서 20%로 올라갔습니다.
숫자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은행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금융 현장에서 봐야 실감이 됩니다.
위험가중치가 올라가면 RWA(위험가중자산)가 늘어나고,
BIS 자기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은행은 리스크 익스포저를 조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자본으로 굴릴 수 있는 주담대 총량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대출 한도가 뚝 떨어지는 방식은 아닙니다.
다만 은행이 연간 주담대 목표를 세울 때 예전보다 여유가 없어지고,
하반기로 갈수록 조기 소진 압박이 생깁니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9~10월쯤 되면 일부 은행에서 슬쩍 한도 줄이거나 심사 강화하는 패턴이 나왔었죠.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그걸 전혀 안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
지금 가계부채 흐름이 심상찮습니다
매일 수치를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단정짓기는 조심스럽지만,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이 올해 들어 월평균 상당한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건 이미 보도가 나온 이야기입니다.
전세대출도 포함하면 실질적인 레버리지 규모는 더 큽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싶은 게,
지금 신규 매수자들이 쓰는 레버리지 비율입니다.
전세가율이 서울 일부 지역에서 다시 55~60%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저는 이걸 마냥 긍정 신호로 보지 않습니다.
전세가율 60% 구간은 제가 역전세 리스크를 경계하기 시작하는 기준선입니다.
갭이 줄어든다는 건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는 해석도 있지만,
반대로 전세가가 조금만 꺾여도 집주인 현금흐름이 바로 타격을 받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공급 부족 논리, 어디까지 반영됐나
공급 부족이 실재한다는 건 인정합니다.
서울 인허가 물량이 2022년 이후 급격히 줄었고,
3~5년 시차를 고려하면 2027~2029년 입주 공백은 현실적인 우려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이미 그 공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신축 입주권 가격에는 상당 부분 선반영이 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래미안 라그란데, 장위자이 등 입주권이 1년 새 수억씩 올랐다는 건
미래의 희소성을 현재 가격으로 당겨온 것입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시점이 있습니다.
금리 환경이 바뀌거나, 수요가 흡수되거나, 예상보다 공급이 빨리 풀릴 때입니다.
선반영된 가격은 호재가 현실화돼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작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일본발 금리 인상 압력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 방어를 위한 BOJ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이게 글로벌 채권 금리 상단을 자극하면 우리 주담대 금리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소폭이더라도 방향이 문제입니다.
---
동탄·분당 쪽 흐름, 솔직히 불안합니다
경기 남부 쪽 동반 상승 이야기가 또 나오고 있네요.
저는 이 흐름을 2021년 대체재 수요 분출 패턴과 겹쳐서 봅니다.
당시 서울 핵심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요가 분당·동탄으로 밀렸고,
분당·동탄이 따라오면서 "수도권 전체 상승"이라는 서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패턴이 지금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2022년 금리 인상이 시작됐을 때 가장 빨리 꺾인 게 외곽 대체재 수요였습니다.
핵심 입지는 천천히 내려왔는데, 대체재로 유입된 수요는 빠르게 빠졌습니다.
지금 동탄에서 돌아오는 상승 이야기들,
매도자 현금흐름 여건이 지금은 어떤지 같이 봐야 합니다.
버티기 체력이 있으면 상승이 지속될 수 있지만,
레버리지가 높은 투자자 비중이 크다면 금리 변화나 거래량 감소에 취약합니다.
저는 그 부분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
경매 쪽 시그널
요즘 경매 매물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데,
서울 일부 지역에서 낙찰가율이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게 시장 회복의 신호일 수도 있고,
반대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수요가 경매시장까지 밀려들어온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2021년 과열기에도 경매 낙찰가율이 130~140%까지 치솟은 사례가 있었죠.
지금은 그 수준은 아닙니다만,
방향성이 다시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신경 쓰입니다.
---
정리하면, 저는 지금 시장이 틀렸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공급 부족은 실재하고, 전세난도 실재하고, 수요는 여전히 있습니다.
다만 위험가중치 인상이라는 구조적 제동장치가 하반기에 어떻게 작동할지,
일본발 금리 압력이 어느 수준까지 번질지,
그리고 매도자 버티기 이면에 어떤 현금흐름 구조가 있는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빠지는 시나리오는
지금 시장이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지금 자금 만기를 짧게 굴리면서 그 시나리오를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제 기준으로 보이는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