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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 김영랑

멍뭉이 | 05:27 | 조회 5 | 좋아요 0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玉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오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오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시인 — 김영랑 (金永郞, 1903~1950)

김영랑은 전남 강진 출신의 시인으로, 본명은 김윤식(金允植)이다. 1930년 박용철·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을 창간하며 한국 순수시 운동의 중심에 섰다. 음악적 율조와 섬세한 서정을 결합한 그의 시는 한국 현대시의 서정시 전통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내내 작품 활동을 이어 가면서도 일본어 시 창작을 거부하며 민족어 수호에 헌신했고, 광복 이후 서울에서 활동하다 1950년 한국전쟁 중 포탄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시 소개

「내 마음은」은 1935년 발간된 첫 시집 『영랑시집』에 수록된 작품으로, 호수·촛불·나그네·낙엽이라는 네 개의 비유를 각 연에 하나씩 배치하여 사랑하는 이를 향한 헌신과 소멸의 감각을 노래한다. 각 연이 동일한 문형으로 시작하는 반복 구조는 시조적 대구(對句)를 연상시키며, 그 안에서 감정의 농도가 조금씩 깊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호수·촛불의 수동적 기다림에서 낙엽의 이별 예감으로 흐르는 흐름은 김영랑 특유의 섬세한 감각 언어와 결합하여, 순수 서정시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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