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오늘의 시

거울 — 이상

너구리 | 04:34 | 조회 4 | 좋아요 0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시인 — 이상 (李箱, 1910~1937)

이상(李箱)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이다. 건축 기사로 일하면서 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날개」·「오감도」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사에 전위적인 충격을 안겼다.

결핵을 앓으며 도쿄로 건너갔다가 1937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그의 문학은 언어의 해체, 자의식의 분열, 식민지 근대성에 대한 불안을 날카롭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활발히 연구된다.


시 소개

「거울」은 1933년 『가톨릭청년』에 발표된 시로, 이상 특유의 띄어쓰기 없는 표기와 구어체 어투가 특징이다. 거울 속 자아와 현실의 자아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을 탐구하며, 근대적 자의식의 분열과 소외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왼손잡이 이미지와 좌우 반전이라는 물리적 사실을 통해 '나'와 '나의 타자' 사이의 영원한 간극을 시화(詩化)하였다. 말을 걸어도 닿지 않고, 손을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거울 속 자아는 이상 문학 전반을 관통하는 분열된 주체의 상징으로 읽힌다.


1a0a5a4c-d138-4209-8ad3-124149383fb8.jpg


f2af48bd-03bb-414b-b80b-343922e8a07b.jpg


e48794cd-e33e-442e-b1d3-cc8ad6ffb275.jpg

공유하기
목록보기

목록보기
신고하기

신고 사유를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