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식품은 미생물이 식재료의 단백질·당을 분해하면서 새로운 풍미와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산물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발효 식품 비중이 높은 식문화권입니다.
간장·된장·고추장 같은 장류부터 새우젓·멸치액젓 같은 젓갈, 막걸리·식초까지 한국인의 일상 식탁에는 매일 5종 이상의 발효 식품이 오릅니다.
1. 메주와 장 가르기 — 간장·된장의 시작
메주는 삶은 콩을 으깨 직사각형 모양으로 굳혀 따뜻한 곳에서 띄운 발효 덩어리로, 표면에 자연적으로 곰팡이(아스페르길루스)가 자라면서 효소를 분비해 장 발효의 기반이 됩니다.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약 60일 숙성시킨 뒤 액체를 분리한 것이 간장, 남은 건더기를 으깨 익힌 것이 된장으로, 한 번의 장 가르기로 두 가지 기본 장이 동시에 만들어집니다.
집에서 담근 재래식 간장은 5년·10년 이상 숙성한 진간장이 진귀하게 여겨지며, 시판 양조간장과는 풍미·염도·아미노산 함량이 크게 다릅니다.
2. 고추장 — 한반도 고유 발효 양념
고추장은 메주가루·고춧가루·찹쌀풀·소금·엿기름을 섞어 옹기에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키며, 16~17세기 임진왜란 후 고추가 들어온 뒤 한반도에서 독창적으로 발달한 양념입니다.
순창·해남이 대표 산지로 알려져 있고, 발효 과정에서 단맛·짠맛·매운맛·감칠맛이 동시에 발달해 비빔밥·찌개·구이 양념까지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3. 젓갈 — 어패류 발효의 다양성
새우젓은 강화·인천 지역의 6월(육젓)·10월(추젓)이 가장 품질 좋은 시기로 김장에 필수적이고, 멸치액젓은 남해안 봄철 멸치를 1년 이상 발효시켜 만듭니다.
명란젓·창란젓·오징어젓처럼 살을 그대로 담그는 젓갈도 있고, 갈치속젓·전어속젓·황석어젓처럼 내장만 발효시키는 별미 젓갈도 지역별로 발달해 있습니다.
4. 막걸리·동동주 — 곡물 발효주
막걸리는 쌀·밀·옥수수 등 곡물을 누룩과 함께 발효시킨 탁주로, 알코올 도수 6~8도가 일반적이며 살아있는 효모와 유산균이 풍부합니다.
동동주는 막걸리를 거르지 않은 상태에서 위에 뜬 맑은 윗국을 따로 떠낸 술로,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고 단맛이 진한 편입니다.
5. 식초·홍어삼합 — 발효의 마지막 단계
한국 전통 식초는 막걸리·청주를 더 발효시켜 만든 곡물 식초가 기본이며, 사과식초·감식초처럼 과실로 만든 식초는 비교적 최근 도입됐습니다.
홍어는 항아리에 넣어 4~10일 발효시키면 암모니아가 발생하면서 톡 쏘는 풍미가 생기고, 묵은지·삼겹살과 함께 먹는 홍어삼합은 전라도 잔치 음식의 대표입니다.
발효 식품은 단순한 보존 기술을 넘어 한국 식문화의 풍미·영양·약성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며, 직접 담그지 않더라도 산지·등급을 알면 식탁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Doenjang in Jangdok Gangjin South Korea.jpg — by Mar del Este (CC BY-SA 4.0). Wikimedia Commons